클로버 필드 봤습니다!

두둥.

그럼 오늘도 신나는 네타의 세계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클로버 필드는 고질라 같은 괴수 재난 영화다.   빌딩만한 괴물이 나타나 도심을 누비면서 파괴를 일삼는다. 끗.   이런 구도는 이미 헐리우드에서 너무나 많이 보아온 이야기들이다.   킹콩, 고질라 같은 식상한 이야기.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앞으로의 괴수물, 혹은 재난물은 이 클로버필드를 기준으로 양분될 것 같다.   그만큼 클로버필드는 독보적이다.   그건 지금까지 이어진 수많은 단순하고 그저그런 이야기가 아닌,   전혀 새로운 영화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블레어 위치.

왜 이영화를 언급하는지는 아실분은 알겠지만... 일단 영화부터 설명드리겠다.

미국의 영화 학도들이 마녀전설이 남아있는 숲에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간다.

그리고 실종된다.

경찰들이 동원되어 수색에 나섰지만 그들은 찾을 수 없었고 그대신 그들이 찍고 다녔던 캠코더의 필름만이 발견된다.

필름 속에서 그들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수많은 이상한 일들을 겪고,

결국 알수 없는 존재에 의해 습격받고 캠코더는 꺼진다.

그 필름의 내용이 바로 블레어위치 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이다.

이 영화는 엄청난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명작이다.

첫째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독자들을 기만하였다.

 영화사측 홍보팀은 이 영화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홍보하였고, 그것은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둘째로, 영화는 모조리 헨드헬드로 촬영되었고, 촬영자는 모두 극중의 인물들이다.

셋째로, 영화 서사의 문법을 무시하는 서사를 보여주었다.

블레어위치는 내가 본 공포영화중에 제일 무서웠다. 정작 마녀나 귀신은 단 한장면도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공포라는 것은 귀신이 등장하기 직전까지가 무섭지 막상 등장해 버리면 공포는 사라진다. 공포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서프라이즈! 가 무서운거지 귀신이 등장해서 설치고 다니면 그건 더이상 공포가 아니라 스릴러가 된다.

블레어 위치는 이런 공포의 근원을 잘 알고있었다. 영화내내 그 공포감에 떨어야만 했으니까. 진정한 공포의 코드를 이해하고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 이 블레어위치가 공포스러웠던 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공포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내 친구 아는 사람이 직접 겪은 건데... 하고 시작하는 공포이야기가 사실 훨씬 더 무섭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적 서사가 필요가 없다. 왜? 현실(REAL)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있고, 또한 이야기도 발단-전개-절정-결말 같은 나름의 공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해피엔딩이거나 혹은 배드앤딩이거나 풀어놓은 이야기는 어떻게든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픽션의 공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우리 삶 속에서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게 알기쉽게 결말이 나는가?

그렇지 않다.

픽션과 리얼은 전혀 다른 것들이다.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블레어위치는 이런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려버린다. 영화 안에서 등장한 사람들이 죽는다. 왜죽는지도 모르고 누가 죽였는지도 모르고 사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아무것도 모른다. 남는 것은 공포뿐이다.

그렇다면 클로버필드는 어떤가?

바꿔말한다면, 클로버필드는 괴수영화의 블레어위치다. 그대로다. 빼다 박았다.

앞에서 언급한 특징들중에 첫번째 부분, 페이크다큐의 성격만을 띄지 못할 뿐, 다른 것은 다 똑같이 답습하고 있다. 그것도 당연한데, 맨하탄과 뉴욕과 자유의 여신상은 그대로 멀쩡한 것을 우리가 알고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페이크 다큐가 될 수 있는 구라가 아닌 것이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나름의 관계도를 구성하지만, 그런 관계를 채 피워보기도 전에 사람들은 죽어나간다.

현실에서 이런 재난을 만났으면 죽기전에 "사실은 널 좋아했어."라던가 "우리, 함께 빠져나가자!" 혹은 "저 괴물을 물리칠 방법을 찾아냈어!" 같은 것은 나와주진 않는다. 그런 대사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다.(요즘엔 잘 쓰진 않더라만)

클로버필드나 블레어위치의 서사가 형편없는 것도 바로 이런 현실성을 염두에 두고 연출된 것이다. 관객을 엿먹이겠다는게 아니라, 현실을 빙자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도망다니고 군대가 출동하고, 맨하탄을 통채로 날려보리겠다는 군의 작전이 시작된다.

단순하다. 아주 단순하다. 식상하고 진부한 소재들이다.

그러나 이런 소재들이 오로지 헨드헬드 기법과 일인칭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면?

도시를 활개치는 초거대 괴물을, 제일 객관화된 캠코더라는 도구로 개인이 비춰볼때의 쾌감이라면?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이미지들로 넘쳐나게 된다.

몇번이나 말했듯이 요즘 영화의 트렌드는 개인화된 초점이다. 우주전쟁부터 가까이는 미스트까지. 국가나 단체, 기관, 세계평화, 미군. 이런 범지구적인 스케일로 사태를 조망하는 것은 재미가 없고 식상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이 개인의 눈으로 큰 스케일을 감당하는 것. 이런 것이 쾌감을 준다. 

주인공은 큰 사건을 어찌 할 수 없다. 개인이기 때문에. 영웅이 아니고 그들은 사건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결말도 주인공들의 죽음으로 끝난다. 이 영화속에서는 주인공들이 어떠한 주도적 이야기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괴물의 약점이나 정체, 혹은 목적 따위를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은채 죽어버린다. 애초에 목적이 괴물이 아니다.

클로버필드는 영리한 영화다.

괴물의 전체모습을 한시간이 넘도록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0.5초도 안되게 슬쩍 지나갔다가, 꼬리만 보여줬다가, 스포라이트로 살짝 훑어주고, 얼굴한번 보여주고, 나중에서야 전체화면을 보여주고, 제일 마지막엔 클로즈업까지 해준다. 막찍은 것 같은 화면들로 넘쳐나지만, 모든 장면이 계획적으로 연출되어 있다.

영화적 서사도 없고 그래서 감동도 없다. 클로버필드는 이야기를 전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대리현실 구축을 목표로하고 있는 것 같다. 빌딩만한 괴물, 쑥대밭이 된 맨하탄.밑도 끝도 없는 결말. 이유도 목적도 보이지 않는 적. 중요한 것은 "왜(서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냥 그 "상황(cine)"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초점. 현실적인 구조. 현실같은 상황. 현실 속에 이유는 없다. 그저 존재할 뿐.

그러니까. 현실 속에 들어앉은 거대괴수는 놀랍도록 매력적인 소재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현실감을 주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한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왜 이따구냐, 뭐이러냐, 이게뭐냐 답답하다 멀미난다. 같은 말은 하지말고 그 대신 선택한 리얼리티를 만끽하시기 바란다.

와우. 분명 뉴욕이 지금 저렇게 됐고 나는 지금 미군의 극비문서를 보고있는 중이야. 이런 생각을 하고 가서 보길 바란다. 200%로 즐길 수 있을테니.

그래서, 영화관에 갈때 왜라는 질문은 벗어놓고 가길 권한다. 가져가도 해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센트럴 파크 씬에서 울트라맨이 살포시 내려와 괴물앞에서 격투 자세를 잡는다면 어떨가 생각해봤다.

오옷?!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의문이 다 풀릴텐데.

게다가 폐허가 된 빌딩숲 사이로 거대괴수와 울트라맨이라니.

멋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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